에세이

탐구 단원의 차시는 어디로 가는가 — 세 단원 108차시 배분 실측

2026년 8월 11일 9분

IB 탐구 단원을 처음 짤 때 가장 답답했던 건 개념이나 용어가 아니었습니다. 차시를 어디에 얼마나 쓰느냐였습니다.

완성된 단원 계획은 어디서든 볼 수 있습니다. 그런데 대부분 "관계맺기 → 조사하기 → 정리하기 → 일반화 → 전이 → 성찰"이라는 순서만 알려주고, 각 단계에 몇 차시를 주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. 순서는 아는데 분량을 모르니 계획표가 안 채워졌습니다.

그래서 제가 직접 설계한 세 단원의 배분을 숫자 그대로 공개합니다. 정답이라서가 아니라, 같은 사람이 세 번 하면서 무엇을 바꿨는지가 하나의 참고점은 되리라 생각해서입니다.

세 단원의 단계별 배분

대상은 시간을 잇다(26차시), 생명의 이야기(40차시), 행복 알고리즘(42차시)입니다. 모두 IB PYP 3학년 단원이고, 합쳐서 108차시입니다.

단계UOI 1 시간을 잇다UOI 2 생명의 이야기UOI 3 행복 알고리즘
관계맺기 1~2 · 2차시 (7.7%) 1~6 · 6차시 (15.0%) 1~9 · 9차시 (21.4%)
집중하기 3~5 · 3차시 (11.5%) 7~10 · 4차시 (10.0%)
LOI 1 6~13 · 8차시 (30.8%) 11~18 · 8차시 (20.0%) 10~23 · 14차시 (33.3%)
LOI 2 14~19 · 6차시 (23.1%) 19~26 · 8차시 (20.0%) 24~32 · 9차시 (21.4%)
LOI 3 20~25 · 6차시 (23.1%) 27~34 · 8차시 (20.0%) 33~38 · 6차시 (14.3%)
전이하기 26 · 1차시 (3.8%)
전이·성찰 합침
35~38 · 4차시 (10.0%) 39~40 · 2차시 (4.8%)
성찰하기 39~40 · 2차시 (5.0%) 41~42 · 2차시 (4.8%)
합계 26차시 40차시 42차시

* UOI 1은 Action 제작을 일반화하기(20~25차시)로 두었고, UOI 2·3은 LOI 구간에 교과를 배정하는 방식이라 단계 이름이 서로 다릅니다. 표에서는 대응되는 위치끼리 묶었습니다.

1. 도입에 준 차시가 2 → 6으로 늘었다

첫 단원의 관계맺기는 2차시였습니다. 과거·현재·미래 코너를 골라보고 "왜 바꿨어?"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이었습니다. 빨리 본론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.

두 번째 단원에서는 6차시로 늘렸습니다. 늘어난 4차시에 무엇이 들어갔는지가 핵심입니다.

차시UOI 2 관계맺기에서 한 일
1~2생물의 변화 떠올리기, 사진·영상 — 흥미 열기
3~4"생물의 한살이는 왜 다를까?" 토론 — 동기 유발
5~6학생 탐구 질문 수집 → 개념적 렌즈(형태·연결·책임) 정하기, KWL 차트

늘어난 부분의 핵심은 5~6차시입니다. 아이들의 질문을 모으는 데 차시를 따로 배정한 것입니다. 첫 단원에서는 이 작업을 하지 않았습니다. 제가 정한 탐구 목록을 아이들에게 안내하는 방식이었죠.

질문을 모으는 시간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시간처럼 보입니다. 그런데 이 2차시가 없으면, 뒤의 30차시가 전부 교사가 정해준 길이 됩니다.

2. UOI 3의 9차시는 도입이 늘어난 게 아니다

표만 보면 관계맺기가 2 → 6 → 9차시로 계속 늘어난 것처럼 보입니다. 그런데 세 번째 단원의 9차시는 성격이 다릅니다.

차시UOI 3 관계맺기 구간의 내용교과
1~2행복의 조건 떠올리기, 나의 행복 정의하기 — 주제 열기통합/도덕
3~9수학 교과서 분수 단원을 흐름 그대로 진행 (등분할 → 분수 → 단위분수 …)수학

실제 도입은 여전히 2차시입니다. 나머지 7차시는 수학 분수 단원을 통째로 앞에 배치한 것입니다.

이건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교과 배정의 문제였습니다. 저는 두 번째 단원부터 LOI마다 주도 교과를 하나씩 두는 방식으로 바꿨는데, 그 원칙을 지키다 보면 어느 LOI에도 자연스럽게 붙지 않는 교과가 남습니다. 행복을 다루는 단원에서 분수가 그랬습니다.

예전 같으면 여기저기 한두 차시씩 끼워 넣었을 겁니다.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UOI 2의 설계 원칙에 적어두었습니다.

영어·체육은 관계맺기 흥미 활동으로 배치해 LOI에 1~2차시씩 섞이지 않게 한다.

억지로 연결하느니 앞쪽에 블록으로 모으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. 탐구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교과 진도도 지킬 수 있으니까요. 이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 판단을 유보하고 있습니다. 다만 교과를 흩뿌려 탐구를 누더기로 만드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세 번 해본 지금의 생각입니다.

3. 성찰을 독립시켰다

가장 분명하게 달라진 건 마지막 단계입니다.

단원전이성찰합계
UOI 11차시 (합쳐서 운영)1차시 · 3.8%
UOI 24차시2차시6차시 · 15.0%
UOI 32차시2차시4차시 · 9.5%

첫 단원에서는 마지막 한 차시에 Central Idea 공식 제시와 개인 성찰을 몰아넣었습니다. 40분 안에 단원 전체를 돌아보고, 아이들이 스스로 도달한 문장과 CI를 비교하고, 성찰문까지 쓰게 했습니다. 하기는 했지만 빠듯했습니다.

두 번째 단원부터는 전이와 성찰을 나누고 각각에 차시를 줬습니다. 전이 4차시는 지금 보면 다소 넉넉했고, 세 번째 단원에서 2차시로 줄여 전이 2 + 성찰 2에 정착했습니다. 세 번 해보고 남은 형태가 이것입니다.

4. LOI 균등 배분에서 앞이 두꺼운 배분으로

LOI 세 구간의 배분도 달라졌습니다.

UOI 2는 8 : 8 : 8로 완전히 균등했습니다. 세 탐구 목록에 같은 무게를 두는 것이 원칙에 맞다고 생각했습니다.

UOI 3은 14 : 9 : 6으로 앞이 두껍습니다. 나 → 가족 → 공동체로 시야가 넓어지는 구조라, 출발점인 "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"를 충분히 다지지 않으면 뒤가 공허해진다고 봤습니다. LOI 1에서 아이들이 자기만의 행복 정의를 세우고, 그 정의를 가족과 공동체 맥락에서 계속 검증하는 흐름입니다.

균등 배분이 안전하고, 감소형 배분은 단원의 논리가 분명할 때 쓸 수 있다는 것이 지금의 정리입니다.

정리하면

세 번 하면서 바뀐 것을 한 줄씩 줄이면 이렇습니다.

  • 아이들 질문을 모으는 차시를 따로 뒀다 — 도입 2차시 → 6차시
  • 성찰을 독립 차시로 분리했다 — 전이와 합쳐 1차시 → 전이 2 + 성찰 2
  • 안 맞는 교과는 흩뿌리지 않고 블록으로 모았다 — 수학 7차시를 앞에 배치
  • LOI 배분은 단원의 논리를 따르게 했다 — 8:8:8 → 14:9:6

숫자만 옮겨 쓰시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. 학년도, 아이들도, 교과 진도 사정도 다르니까요. 다만 처음 계획표를 앞에 두고 막막하셨다면, 비어 있는 칸에 무엇을 얼마나 넣을지 가늠하는 기준선 정도로는 쓰실 수 있을 겁니다.

세 단원의 차시별 지도안은 수업 연구에 전부 공개해두었습니다. 표의 각 구간이 실제로 어떤 수업이었는지는 거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. 이 배분에 이르기까지의 시행착오는 「IB를 아무도 모르던 학년에서, UOI 세 단원을 끝내기까지」에 적어두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