에세이

BrewNote — 취미가 만든 커피 앱,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

2026년 1월 24일 10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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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진첩 속 커피 앨범

핸드드립을 좋아합니다. 유튜브에서 커피 전문가들의 레시피를 찾아보고, 다양한 원두를 다양한 방법으로 내려 마시는 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입니다. 좋은 레시피를 발견하면 화면을 캡쳐하거나 메모를 해두고, 사진첩의 '커피' 앨범에 넣어두곤 했습니다.

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세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. "그 레시피에서 물 온도가 몇 도였지?", "분쇄도는 어떻게 했더라?" 싶어서 다시 유튜브 영상을 찾으러 가곤 했는데, 영상 제목이 기억나지 않으면 꽤 번거로웠습니다. 스크린샷은 잔뜩 쌓여 있는데, 정작 필요한 순간에 원하는 정보를 바로 꺼내볼 수가 없었습니다.

한 화면에 다 보고 싶었다

결국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. 처음에 원했던 건 단순했습니다:

  • 유튜브 영상 링크
  • 레시피 관련 정보 — 드리퍼, 필터, 그라인더, 분쇄도, 물 온도, 커피와 물의 비율
  • 단계별 브루잉 레시피

이 세 가지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웹페이지. 이름은 BrewNote로 지었습니다. 완전히 개인용이었고, 나 혼자 쓸 거니까 디자인도 기능도 최소한으로 만들었습니다.

원두노트를 합치다

BrewNote를 쓰다 보니, 따로 관리하고 있던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. 맛있었던 원두, 만족스러웠던 로스터리를 메모해두는 원두노트였습니다. 어느 로스터리의 어떤 원두가 좋았는지, 가공 방식은 뭐였는지, 가격 대비 만족도는 어땠는지 — 이런 것들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.

레시피와 원두 정보가 따로 놀고 있으니 불편했습니다. "이 원두에 잘 맞는 레시피가 뭐였지?" 할 때 두 군데를 왔다갔다해야 했습니다. 그래서 BrewNote에 원두 정보를 통합하고, 시음 기록과 별점 기능을 넣었습니다. 이제 원두를 등록하고, 그 원두로 내린 기록을 남기고, 만족도를 별점으로 매기는 것까지 한 곳에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.

혼자 쓰기 아까워서 공유했다

이렇게 혼자 쓰고 있었는데,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. 나처럼 커피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불편함을 겪고 있지 않을까? 레시피를 스크린샷으로 관리하고, 원두 정보를 메모장에 적어두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 같았습니다.

그래서 공유를 시작했습니다. 그런데 개인용으로 만든 웹페이지를 그대로 공유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. 다른 사람의 기기에서도 앱처럼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했고, 데이터가 한 기기에만 묶여있으면 안 되었습니다.

그래서 두 가지 큰 변화를 줬습니다:

  • PWA(Progressive Web App)로 전환 — 브라우저에서 "홈 화면에 추가"하면 네이티브 앱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
  • Google 로그인 + 서버 저장 — 어떤 기기에서든 같은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. 기기를 바꿔도 데이터가 유지됩니다

이것이 v2.0이었습니다.

사용자가 앱을 키워주었다

공유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, 내가 생각했던 "완벽한" 구조가 전혀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. 사람들이 피드백을 주기 시작했고, 그 피드백은 내가 혼자서는 절대 떠올리지 못했을 아이디어들이었습니다.

"다른 사람들의 레시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."

이 한 마디에서 공유방 기능이 태어났습니다(v3.3). 자기가 등록한 원두와 레시피를 공유방에 올리면, 다른 사용자가 그걸 자기 앱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. 공유방 인기순 정렬, 상세 미리보기, 바텀시트 UI — 하나의 피드백에서 시작된 기능이 여러 번의 개선을 거치며 완성되었습니다.

그 외에도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앱을 계속 바꿔놓았습니다:

  • "원두 점수를 소수점으로 매기고 싶어요" → 0.1 단위 점수 입력(v1.1)
  • "시음 기록에 로스팅 며칠째인지 보이면 좋겠어요" → 로스팅 N일차 표시(v2.1.1)
  • "다크 모드 지원해주세요" → 다크/라이트 모드 전환(v2.1)
  • "나의 커피 취향을 분석해주는 기능이 있으면..." → My Coffee Report(v2.3)
  • "블렌드 원두도 등록할 수 있나요?" → 블렌드 원두 등록, 국가별 비율 입력(v4.0)
  • "커피 마신 날을 캘린더로 보고 싶어요" → 캘린더 탭 + 카페 기록(v4.0)

v1.0에서 v4.1까지, 약 두 달 동안 수십 번의 업데이트가 있었습니다. 레시피 정리 도구로 시작한 앱이 원두 관리, 시음 기록, SCA 커핑 평가, 카페 방문 기록, 캘린더, 공유방까지 갖춘 종합 커피 앱이 되었습니다.

혼자보다 함께가 더 좋은 앱을 만든다

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, 내가 생각한 완벽한 구조는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었습니다. 혼자 쓸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, 다른 사람이 쓰기 시작하면 바로 드러납니다. "이건 왜 이렇게 되어있어요?"라는 질문 하나가 근본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.

사용자와 대화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, 결과적으로 혼자 만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좋은 퀄리티의 앱이 나왔습니다.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BrewNote는 계속 업데이트 중입니다. 취미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지만,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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